경제
어려운 경제에 대한민국은 지금 ‘열공’ 중
성공과 안정은 ’공부‘없이 이루기 어렵다는 철학이 대한민국의 ’공부열풍‘을 주도
기사입력: 2010/06/22 [09:54]  최종편집: ⓒ 보도뉴스
김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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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촌 토익학원의  엄대섭  강사 
 
경제가 한파를 맞아 공부하려는 사람들의 기세도 다소 꺾이는 것 같은 학원가의 풍경. 그러나 학생도 직장인도 최고 경영자도 공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 짐에 따라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시켜주는 곳에서 자신을 갈고 닦는 열기는 점점 더 치열해 지고 있다. 즉, 비용은 조금 더 저렴하면서도 질과 양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강의가 그 어느 때 보다 각광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각종 동영상 강좌. 최근 잇따라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무료 강의들을 오픈하면서 열공하는 학생들과 성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는 ‘지속력’이라는 측면에서 썩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은 좋아졌으나 아무래도 동영상 강의는 칠판형 패턴, 즉 일방향 교사 주도적 학습의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함으로 지루함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허나 더 큰 문제는 동영상 코스웨어 자체가 철저한 독학 코스이기 때문에 강의내용이 어렵거나 의문이 생겨도 추가 설명이나 질문을 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이해도 하락을 초래, 많은 사람들이 수강을 중도에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학원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신이 혼자 할 때는 절대 하지 못할 분량을 제시하는 곳을 일단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 및 직장인들은 하루 중 공부에 투입할 수 있는 ‘절대시간’을 고려하지 못하다가 압도적인 ‘과제의 분량’에 다시 작심삼일의 향로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차피 혼자서는 공부를 할 수 없는 공간적, 심리적 환경이라면 최대한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자극제’, 즉 ‘동기 부여자’가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학원가의 풍경 또한 ‘절대군주’나 ‘독보적인 제 1인’을 중심으로 학생들은 줄서기를 할 수 밖에 없다.

▲  엄대섭 토익강사의 저서
신촌에서 학원을 다니는 김모씨(회사원)의 대답은 이러하다. ‘요즘엔 인터넷 검색이나 후기도 100% 믿을 수 없지만, 일단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고 직접 학원에 와서 제가 듣게 될 강의, 그리고 강사를 알아봅니다.
 
그러다가 결국엔 책을 가장 많이 집필하고, 방송 경험도 있고, 가장 학생 수가 많은 강의를 선택하게 됩니다. 일단 가장 잘 나가는 강사에게 들으면 본전은 뽑는 거 같아요.’

김씨처럼 신촌지역의 토익수강생들은 거의 대부분 하나의 강의에 집중적으로 몰렸다. 실전서 부분에서 독보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이면서, 동영상 강의 등을 통해 전국구 인기강사가 된 젊은 강사에게 ‘초초강추’라는 닉네임이 붙었고, 이는 다시 강의명이 되었다.

이 강의를 수강하는 최양(휴학생)은 ‘강사의 강의실력은 이미 다른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은 터였고, 제가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 강좌보다 스터디 관리나 무료강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거였어요. 같은 값이면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곳을 택했어요.’

이 밖에도 왜 이 강의 하나에 그렇게 많은 수강생들이 불편을 감내하며 줄을 서서(혹은 의자와 책상이 부족해도) 듣고 있느냐에 ‘인터넷에 등록된 유명저자이니까, 책이 잘 나가서, 외모가 호감이 가서 등’ 다소 김빠지는 대답도 많이 들을 수 있었지만, 결국엔 명불허전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위의 ‘초초강추 토익’의 경우 수강생의 80%가 추천에 의해 등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부도 기업의 생존 논리처럼(어쩌면 한 국가의 경제논리에 발맞추어) 모든 것을 갖춘 곳에서 자생력을 갖게 되고 연속성이 생기고 있는 듯 하다.

학교를 졸업하며 "공부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푸념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취업은 어려워지고, 구조조정과 조기 퇴출의 압박이 커진 요즘 특히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로스쿨이나 mba, 의과대, 치과대 등 후반기 인생을 새로 준비하는 사람들, 즉 ‘리셋터(resetter)'들을 필두로 너나 할 것이 없이 ’공부‘, ’공부‘를 외치고 있다. 성공과 안정은 ’공부‘없이 이루기 어렵다는 철학이 대한민국의 ’공부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교육 하나로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로 성장한 우리는 지금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공부로 그 답을 구하고 있다. 더불어 그 공부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교육 공급자들(providers)들도 서로 앞 다투어 일류가 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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