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일현미술관 <사이: 드러난 것과 보이지 않는 것> 展
기사입력: 2009/12/15 [17:54]  최종편집: ⓒ 보도뉴스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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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진
참여작가: 나광호, 남윤지, 김재영, 이현아, 손민아

전시기간: 09.12.18 - 10.3.17


<사이-드러난 것과 보이지 않는 것>展에서는, 그림(picture)이라는 물리적인 대상과 그림 위의 이미지(image)라고 하는 개념 사이에서, 전자로부터 후자가 형성되는 과정을 부각시켜 보여주고자 한다.

이미지는 그림을 개별적인 관객이 해석하고 이해하여 머릿속에 품게 되는 사고나 감상을 뜻한다. 그것은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의 모습과 시각적 특징이 될 수도 있겠고, 그림으로부터 전달되는 작가의 개념적 얼개나 혹은 도덕적 교훈과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그림을 두고,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이미지를 도출하게 되고 그렇게 머릿속에 이미지가 형성되었을 때 우리는 그 그림을 이해하였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이해의 과정에서 중요한 한가지 방법은 그림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시각적 요소들(선, 색, 구도 등)로 이루어진 그림은 말로 해석이 되었을 때 일반적으로 이해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난해한 현대 미술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해석하기를 포기하고 작가의 해설이나 전문가의 비평 따위에 의존하여 작품을 이해하려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하려 할 때 습관처럼 문자와 텍스트에 의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그림을 텍스트로 해설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아이러니일 지도 모른다. 흔히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시각적 감흥은 도식적인 해설로 환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빨간색을 글로 표현해 장님에게 설명해 보라!!)

우리는 여기서 주어진 물리적 실체로서의 그림과, 그것이 머릿속에서 포집된 이미지 간의 깊은 골, 실제와 인식 간의 경계를 만나게 된다. 우리가 만나는 많은 그림들은 우리 머릿속에 어떠한 이미지로든 포착되게 될 테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며, 그런 과정과 메커니즘 자체가 존재하는 사실 자체가 대부분 망각되고 있다.

이 문제에서 시작된 <사이>展의 목적은 바로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존재하는 그림과 이미지 사이의 흐린 경계 영역을 부각시켜 눈앞에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이 전시에 포함된 다섯 작가의 작품은 대체로 전통적인 매체의 재현 경로를 우회하는 작품들이다. 매체에 주어진 재현의 방식을 거부하고 그 위에 또다른 기법이 추가되거나, 매체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와 상반되는 메시지가 화면을 가로지르며, 그림이 텍스트가 되고 텍스트가 그림이 되면서, 관객의 관심을 바로 매체 그 자체, 그림의 물질적 존재로 불러들인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그 작품의 메시지가 아니라 표현 방식에 대해 질문을 품게 될 때, 이 전시의 전체적인 메시지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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